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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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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광역치매센터를 개소하였습니다."(한형석)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5-12-07
조회 44139
"전남광역치매센터를 개소하였습니다."
 
한형석 센터장(전라남도 광역치매센터)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라남도 광역치매센터장을 맡게 된 한형석입니다. 저희 전라남도 광역치매센터는 ‘맑은 정신으로 함께하는 맑은 전남’이라는 슬로건 하에, 2015년 5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전라남도 지역실정에 맞는 치매관리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을 하도록 순천성가롤로 병원에서 위탁받아 10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예로부터 전라남도는 수려한 자연과 함께 많은 위인을 배출하였으나 현재는 고령인구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으며, 인구수 대비 치매환자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입니다. 제가 10여 년간 치매환자들을 진료하면서 느꼈던 점은 치매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가 일부 병원에만 국한되어 있고 중증치매환자의 관리나 치매환자보호자에 대한 복지시스템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환자 한 분이 계십니다. 헛것이 보이고 걸음걸이가 나빠져서 내원하셨던 할아버지로, 내원 수개월 전부터 걷는 것이 조금씩 불편해지면서 의욕이 떨어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를 내며 가끔씩 죽은 사람이 보인다고 하셨습니다. 루이소체 치매로 진단받았으며 약물복용 후 초반에는 증상이 호전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약물치료에도 불구하고 점차 보행도 나빠지고 이상행동증이 심해지시더니 나중에는 거동이 많이 불편해지시어 할머니만 내원하여 약물처방을 받아가셨습니다. 슬하에 자녀가 없고 연락할만한 친척분도 없는 상태로 환자의 간병은 오롯이 할머니의 몫이었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요양원에 모시기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 할머니께서 홀로 간병과 농사일을 병행해야만 했습니다.
 
그러던 중 할머니께서 뇌졸중이 발생하여 저희 병원 응급실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반신이 불편한데도 집에 혼자 계신 할아버지 걱정에 집으로 보내달라며 울면서 애원하시는 할머니를 겨우 달래어 입원시킨 후, 그날 저녁에 사회복지담당자와 병원 직원들과 함께 할아버지 댁을 방문하였습니다. 혼자 계시는 할아버지 식사를 챙겨드리고 주변의 이웃 분들을 찾아가 어렵게 부탁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흔쾌히 할머니께서 퇴원하실 때까지 할아버지를 맡아 돌보아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이렇게 따뜻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으며, 나아가 치매환자인 할아버지를 걱정하지 않고 할머니가 치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현 사회복지제도가 잘 갖추어져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매에 대한 많은 의학적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렇다 할 원인적 치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고령화로 인해 치매환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그에 따른 사회적비용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2011년 치매특별법제정이후 2012년부터 중앙치매센터와 광역치매센터를 통한 지역설정에 맞는 효율적 치매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치매환자들과 가족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단순히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증가하고 있는 치매관리를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사회구성원이 치매에 대해 올바로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형성된다면 더 이상 치매는 ‘가장 걸리기 두려운 질환’이 아닐 것입니다.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이해 그리고 배려와 도움이 있을 때 비로소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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